도리스 라우데르트 지음, 수류산방 펴냄

『나무 신화』는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숲과 나무의 자연사와 문화사, 유럽에서 친숙한 35가지 나무들에 깃든 신화와 전설, 민속, 언어 등을 다룬 책이다.

독일의 여성 생태 활동가였던 도리스 라우데르트의 저작으로, 1999년에 처음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판을 바꾸며 널리 보급된 이 분야의 고전이다.  

 
식물학을 전공하고 가르친 저자는 기존의 식물학에서 소외된 나무의 문화적 의미와 그 가치를 살핀다.

고대 중근동과 그리스 로마 신화뿐만 아니라 북유럽 신화, 언어와 민속, 민간의 속담과 민담 중 나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옛 유럽 사람들이 파악한 나무의 특성과 문화적 맥락을 소개한다.

룬 문자, 프레야 여신 숭배, 마녀와 요술 지팡이, 나무와 숲의 부산물로 먹고, 집 짓고, 불 때고 살아 온 유럽 민간 문화의 저류가 드러난다.

이를 따라가다 보면 유럽 문화를 기독교와 모더니즘이 장악하기 이전, 평범한 사람들이 나무와 숲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는 물론, 그를 통해 생활 문화와 믿음 체계의 진면목을 발견하게 된다.

생소하기도 한 문화 맥락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어 독자들을 위해 900개가 넘는 각주와 지도를 덧붙였다.

다양한 역사적 도판, 미술품과 아름다운 사진들이 식물의 문화사에 대한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와 일반인들에게 폭넓은 지식과 관점을 선사한다.

동양 사람과 서양 사람은 긴 세월 서로 다른 문화를 전개시켜 왔고, 수백 년 전과 오늘날의 인간은 전혀 다른 문명을 구가한다.

하지만 그 때도 지금도 계절의 흐름, 나무와 풀, 그리고 거대한 숲 속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울창한 숲속에서 보는 밤하늘의 별들, 바위 틈의 늙은 나무에 피는 새잎, 그런 광경을 마주쳤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신비감과 경이로움, 경외감과 환희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무를 통해 지구의 대지와 대화하고 하늘과 대화하고 먼 옛사람들과도 대화한다.

옛 사람들은 신화나 전설로 그 대화의 통로를 열어 두었다. 나무에 얽힌 창조 신화와 온갖 미신과 속담과 날씨점은 아시아나 아메리카 원주민에게만 있지 않다.

서양 사람들이 동양과 달리 자연을 인간이 싸워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겼다는 것도 지나친 단순화일 수 있다.

그에 대한 합리적 대응으로서 숲과 나무의 효용을 목재의 경제성이나 산소 배출량, 기후 변화 조절 수치로 측량해 보호를 외친다면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까?

독일의 여성 식물학자이자 생태 운동가였던 도리스 라우데르트(Doris Laudert)의 『나무 신화(Mythos Baum)』는 이러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 나무와 숲이 의미하는 바를 조망한 독창적인 저작이다.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유럽 문명은 숲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재, 식량, 땔감, 꿀, 유리, 소금, 타르, 약재, 술 등 실생활에 필요한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숲과 나무로부터 얻어졌다.

바다에 면하지 않고 척박한 유럽 내륙에서 나무와 숲의 의미는 어쩌면 우리보다 훨씬 더 컸을 것이다.

그뿐 아니다. 마을의 나무는 재판정이거나 제대, 기도처였다.

오월주부터 크리스마스 트리까지, 사람들이 모여 즐길 때면 나무를 높이 세우는 일부터 시작했다.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후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은 땅에 뿌리박은 숲과 나무 아래에 모이고, 위로받고, 즐기고, 치유했다.

유럽에서 흔하고 친숙한 35종의 나무들을 다룬 이 책은 인류와 나무의 역사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기록한 유장한 서사시라고 해도 좋다.

한편 전통 조경을 연구해 온 식물 생태학자 이선은 독일 유학 시절부터 이 저작을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했다.

독일어 고어와 알프스 사투리, 농민들의 전승과 북유럽 신화까지 종횡무진하는 이 책의 번역부터 출간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됐다.

식물 전문가인 이선과 수류산방 편집부가 함께 읽으며 고치고 다듬기를 수 년간 거듭해, 원문의 흐름에 최대한 가까우면서도 번역투를 벗어나도록 했다.

한국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800개 이상의 주석을 새로 달았다. 한국은 물론이고 독일에서도 멸실된 개념이나 관습이 많아 주석을 작성하는 것은 하나의 연구 저술에 맞먹는 작업이었다.

소주제별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편집했다.

저자가 직접 구해 원서에 수록한 수많은 역사적 도판과 뛰어난 사진에 더해 식물학 삽화, 미술 작품, 근대 인쇄 매체 기록까지 더욱 보완해 서술된 내용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표지 디자인부터 본문의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지면들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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